산업도로 계획으로 한 가운데가 갈라진 배다리가 생태공원 숲으로 부활한다는 소식이다.
배다리에 머물며 대안 미술활동을 하는 문화운동단체인 '스페이스 빔'은 배다리 생태마을공동체 기획프로그램인 '생태놀이 숲'을 25일 개장한다. 산업도로로 단절된 배다리를 친환경적 생태공원으로 만드는 첫 걸음이다.

스페이스 빔은 이를 위해 올 3월 운영진을 구성하고 주 1회 사전 워크숍을 진행했다. 놀이기구와 놀이터는 물론, 아이들의 심리나 습성 등을 이해하고 공동체의 관점에서 이를 접목시키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방향이었다. 6월엔 참가자 모집과 함께 놀이터 디자이너로 순천 기적의 놀이 총괄 기획자이기도 한 편해문씨를 초청 '아이들이 놀만한 놀이터 하나없는 사회' 강연을 하는 등 빠른 행보를 보였다. 이어 7월에는 운영진과 참가자들이 놀이터 만들기 작업을 이어갔고 마침내 이처럼 축적한 성과를 바탕으로 25일 오후 4시 배다리 생태놀이 숲 개장식을 갖게 된 것이다.

이번 생태놀이 숲이 의미 있는 것은 다른 지역도 아닌 '배다리'라는 사실 때문이다. 배다리는 양키시장, 헌책방 등 인천의 근현대사를 오롯이 담고 있는 인천문화의 중심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2006년 인천의 남북을 잇는 가장 빠른 직선 길을 내기 위해 마을 중간의 주택가를 파헤치면서 크게 훼손됐다.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인근 주민들과 인천의 시민문화단체 및 활동가들은 난개발을 막으려 오랜 싸움을 했고 결국 지하화라는 성과를 일궈냈다. 그렇지만 인천시의 재정 여건으로 사실상 언제 공사가 재개될지 모르는 상황이었고, '배다리지기'들은 이곳을 '자연'과 '생명', '공동체'를 중시하는 새로운 도시 및 도시 삶의 가치를 싹틔우기 위한 다각적인 실험과 실습을 이어왔다.

지난해에는 마을 주민들과 아이들이 함께 하는 동아리 '배다리 풀·꽃 친구들'을 만들어 보다 적극적인 생태공원 가꾸기 활동을 펼치기도 했다.

배다리는 앞으로 아이들은 물론 주민들이 행복한 환경친화적인 공동체 공간으로 태어날 수 있을 것이다. 인천시는 문화운동단체나 배다리 주민들의 마음을 잘 파악해야 한다. 배다리 역시 인천의 중요한 정체성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