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익어가는 DMZ 아픔도 짙어간다
▲ 장단역에 주저앉은 총탄구멍이 숭숭 뚫린 철마.
▲ 평화의 꽃을 피워주세요.
▲ 자유의 다리.
▲ 검은 철조망이 하얀 눈꽃으로 피어나 파란 하늘과 마주 닿았다.


10월22일~12월31일 파주 도라산역서 전시회

평화와 생명을 담은 사진 한 컷이 북한의 핵개발로 경색된 남북간에 화해와 교류의 불씨를 던질 수 있을까?

세계적인 DMZ 전문 사진가 최병관이 민간인통제구역인 도라산역에서 DMZ를 주제로 한 사진전을 연다.

최 사진가는 한국전쟁이 끝난 지 반세기 만에 민간이 최초로 1997~1998년 휴전선 155마일 서쪽에서 동쪽 끝까지 걸어서 3차례나 왕복했다. 그 안에서 앵글에 비무장지대의 곳곳에 산재된 전쟁의 상처와 그 속에서 피어나는 생명을 담았다. 이어 2000년부터 2003년까지 한국전쟁으로 끊어진 경의선 남북철도, 도로연결 과정을 사진작업했다.

10월22일 개막식으로 시작으로 12월31일까지 파주 민통선지역 도라산역에서 열리는 이번 사진전은 'DMZ 평화와 생명을 찾아서'라고 이름이 붙여졌다.

이 기간 통일부가 주최하는 통일문화주간 11개 행사중 가장 관심을 끄는 행사이기도 하다. 통일문화주간 행사는 통일에 대한 관심을 고취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시작됐다.

최병관 사진가는 "1997년 첫 비무장지대와 인연을 맺은 뒤 모두 6차례에 걸쳐 DMZ 사진작업을 진행했다"며 "2010년 뉴욕 UN본부에서 한국작가로는 최초로 DMZ과 관련한 사진전을 열었다. 국내·외에서 큰 반응을 불러왔다"고 밝혔다.

반기문 UN 사무총장 주관으로 열린 '한국의 DMZ, 평화와 생명을 찾아서'는 UN 주재 192개국중 130여국의 UN 대사들이 직접 참여해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에 존재하는 비무장지대에 대한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이번 사진전은 수십년에 걸친 DMZ 사진작업을 추려서 평화와 생명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작품들로 구성됐다.

최 사진가는 "2010년 UN 사진전때 천안함 폭침사건으로 중국, 러시아 대사는 모두 왔다갔는데, 북한 대사만 언론의 조명을 받을까봐 참석하지 않았다"며 "당시 전시회에서 남과 북 작가들이 DMZ에서 공동작업을 제안하기도 했는데, 북측이 미사일 발사나 핵개발 등으로 한반도를 긴장관계로 몰아가고 있다. 같은 동족인데 너무 안타깝다"고 밝혔다.

UN 사진전 이후 남북간 공동 예술작업 등을 기대했으나 오히려 남북관계는 경색국면으로 돌입하게 된다.

2000년부터 2003년까지 한국전쟁으로 끊어진 경의선 남북철도, 도로연결과 관련한 사진작업 했던 것이 2015년 초 사진집으로 발간됐으나 출판기념회는 고사하고 일반인에게 공개조차 못하고 있다.

그는 고향인 논현동 자택에 보관중인 경의선 관련 사진집과 당시 기록들을 들쳐 보이며 안타까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그동안 공개됐던 사진 외에도 일반인들이 쉽게 접하지 못한 DMZ 관련 사진들을 공개한다.

 

 

 

 


최 사진가는 "비무장지대에서 열리는 사진전이라 사전에 허락을 받아야 하는 만큼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어떻게 하면 개막식에 참여할 수 있느냐는 문의가 쏟아지고 있다"며 "남북경색 속에서도 그만큼 (비무장지대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것이고 부담도 크다. 이렇게 행사 준비에 힘든 적은 처음"이라고 밝혔다.

시인으로 등단한 그는 2004년 국제적인 일본 동경사진미술관 초청을 받아 개인전을 시작으로 2010년 UN본부 사진전 등을 개최했다. 2014년 인천아시아경기대회 공식작가로 단독 초청을 받아 '갯벌이 신비로운 인천' 개인전을 열었다.

대통령 표창, 외교통상부장관상, 인천광역시 문화상을 수상했으며 국내·외 40여차례의 개인전과 16권의 사진책, 4권의 에세이를 출간했다. 그중에서 '휴전선 155마일 450일간의 일기'는 2013년, '어머니의 실크로드'는 2014년 문화체육관광부 우수도서로 선정됐으며 등단 시인이기도 하다.

최 사진가는 "수십여년의 사진작업을 통해 찍어 놓은, 쌓아 둔 역사적 자료들이 소실될까봐 사진전도 열고 사진책도 계속 내고 있다"며 "고향인 인천에서 시민들과 함께 인천의 역사를 공유하고 인천이 문화관광지로 발전할 수 있도록 하고 싶다"고 밝혔다.


/김칭우 기자 chingw@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