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선고에 위치추적기 달고 따라다니다 살해

방범창도 A(37)씨를 막진 못했다. 주먹으로 때리지 않는 대신 이번에는 흉기를 들이댔다. 현관문 비밀번호를 바꾼 지 한 달 만인 올해 4월3일 새벽에 일어난 일이었다.

'너와 절대 헤어질 수 없어.'

이 한마디에 B(38·여)씨는 몸을 웅크렸다. 숨이 턱 막혔다. 구부린 몸을 펼 수조차 없었다. 그동안 그가 휘두른 폭행보다 더 무서웠다.

엿새 뒤 그는 다시 나타났다. 집과 사무실 앞에 차를 대고는 온종일 자신을 감시했다.

B씨가 제주도로 몸을 숨기자 A씨는 심부름센터 직원을 동원해 뒤를 쫓았다. 이후에는 B씨 차량에 위치추적기까지 달았다.

인터넷으로 '청부살인', '기절시킨 뒤 자살로 위장' 등을 검색했다. 그는 B씨가 자신을 계속 만나주지 않자 극단적인 결심을 했다.

A씨는 4월25일 오후 1시26분 인천 서구의 한 상가 1층 여자 화장실에 들어간 B씨를 쫓아가 흉기로 수차례 찔러 살해했다.

이들은 지난해 9월 만나 동거했던 사이였다.

인천지법 형사14부(신상렬 부장판사)는 살인 등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고 29일 밝혔다.

재판부는 "피해자 시신 양쪽 손에 흉기를 막다 생긴 방어흔이 많았다. 사망 직전에 엄청난 고통과 공포를 겪었을 것"이라며 "그런데도 A씨는 범행 원인을 피해자에게 떠넘기는 등 변명만 하고 있다. 엄하게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황신섭 기자 hss@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