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어촌마을 정체성 왜곡" 중단 촉구
▲ 29일 오전 인천시 동구청 앞에서 열린 '만석동 청사초롱마을 조성계획에 대한 인천시민문화단체의 입장 기자회견'에 참석한 관계자들이 계획중단을 요구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이상훈 기자 photohecho@incheonilbo.com

인천지역 시민문화단체가 동구가 만석동에 추진 중인 청사초롱 마을 조성 계획 중단을 촉구했다.

한국전쟁 등 과거 주민들의 삶과 애환이 서린 만석동을 파괴하는 접근방식이라는 이유에서다.

인천도시공공성네트워크 등은 29일 동구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만석동 어촌 마을의 정체성을 왜곡하고 말살하는 계획을 중단하고,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동구는 총 예산 71억원을 투입해 만석동 제물량로와 어촌로 등을 청사초롱 마을로 만들 계획이다. 청사초롱을 테마로 한 벽화를 꾸미고, 한옥을 신축해 전통주막과 시음장을 갖춘 주막촌을 조성한다.

사업 대상지는 식민지와 한국전쟁, 산업화의 역사와 애환을 지닌 곳이라는 게 시민단체들의 주장이다. 만석동 일대는 1930년대 중반 이후, 바다를 매립해 조성된 곳으로 일본 제국주의 전쟁을 위한 군수물자를 생산·조달하던 아픈 역사가 있는 곳이다.

시민문화단체는 "어촌마을은 우리 근현대사 흐름과 궤를 같이하고, 그 이면에 무수한 이야기를 품고 있는 소중한 역사의 현장"이라며 "그런데도 이 지역 정체성과 연관이 없는 눈요기 거리를 만든다는 것은 관광객들의 시선을 끌어보려는 얄팍한 수작과 다름이 없다"고 힐난했다.

이어 단체들은 "행정기관이 독자적으로 사업을 추진하면 지역의 역사성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지역 주민들의 삶에 피해를 주게 된다"면서 "지역이 지닌 남다른 삶의 역사와 오늘의 모습을 이해하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회진 기자 hijung@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