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인천 편집장


'수도국산'과 '수문통'이 싫었다. 고백컨대 창피했다. 타지에서 인천사람을 만나 고향 얘기 하다보면 십중팔구 이렇게 전개 되었다. "인천 어디에서 살았어요?" "송현동 수도국산 밑에…" "아, 그 똥고개, 근처 똥바다도 있고요." 맞다. 위로는 똥고개 아래로는 똥바다가 있는 동네에서 태어나 자랐다. 그 소리가 듣기 싫어서 "동인천역 뒤편 동네"라고 어물쩍 답하곤 했다. 이제는 그렇지 않다. 인천 원형질의 한 부분인 수도국산과 수문통을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며 널리 전하고 있다.

기찻길 옆에 있던 생가와 우리 동네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사진기가 귀했던 시절이라 골목이나 동네를 배경으로 한 사진이 한 장도 없다. 얼마 전 대한중공업(현 현대제철) 일대를 찍은 항공사진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혹시라도 공장 옆에 있던 우리집이 보일까 싶어 한참동안 뚫어지게 봤다. 그동안 인천은 '재개발사업' '도심재생사업' 같은 근육질의 언어가 난무했다. 오래된 골목과 마을이 불도저의 삽날을 피해 가지 못하고 한순간에 사라졌다.

최근 인천시는 원도심 재개발 등 정비사업 과정을 기록하는 '백서'를 발간한다고 밝혔다. 계획 수립 단계부터 사업의 추진 배경, 사업 전·후의 환경, 생활여건 분석 등을 사업 완료일 까지 순서대로 기록한다. 무엇보다 마을 전경과 골목길, 우물터, 상징물, 보호수, 유명인사 출생지 등을 철거 이전부터 시공 완료까지 사진으로 담는다. 늦은 감이 있지만 반가운 소식이다. 남구 용마루지구, 용현역 부근 동네, 도화지구 마을, 동인천 북광장 등 얼마 전 흔적도 없이 사라진 동네들이다. 앞으로 뉴스테이 사업 청사진에 담겨있어 곧 사라질 동네가 십정동, 송림동 등에 줄지어 있다.

이제 오래된 골목과 마을은 추억을 지나 '역사'로 가고 있다. 유구한 사적지나 거창한 건축물 그리고 유서 깊은 관광지에만 역사와 스토리가 있는 게 아니다. 마을과 골목에는 우리의 '흔적'이 켜켜이 저장돼 있다. 이곳의 이야기는 우리지역 역사책의 첫줄이 된다. 얼마 전 남구청에서 발간한 도시마을생활사(①숭의동·도화동편 ②용현동·학익동편)는 이와 관련한 모범적인 사례다. /굿모닝인천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