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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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곳에서 새벽의 M시를 내려다본다면, 형광등의 창백한 빛으로 둘러싸인 편의점은 네모난 모양의 부표처럼 보일 거라고 그녀는 생각하곤 했다. 그렇다면 그것은 안전하면서도 풍요로운 영역이 있다는 걸 알리는 부표인 셈이다. 실제로 새벽의 편의점 안에서 바라보는 문밖의 어둠은 물결처럼 일렁이곤 했고, 어둠을 가로질러 담배나 생수를 사러오는 사람들은 저마다의 항로를 갖고 있는 외로운 항해사처럼 보일 때가 많았다. - 조해진 소설가의 단편소설 <산책자의 행복> 중에서

늦은 밤, 전철에서 내려 집으로 오는 동안 몇 개의 편의점을 지나친다. 환한 편의점 불빛은 어두운 거리를 밝히는 '부표'처럼 느껴져 그 곁을 지날 때는 왠지 안심이 된다. 누군가 슬리퍼를 끌고 와서는 캔 맥주 몇 개를 집어 들기도 하고, 요즘 한창 잘나가는 도시락이나 컵라면을 사서 먹기도 한다.

그러니까, 편의점은 모두가 잠든 밤에 깨어 있을 누군가의 '편의'를 위해 불을 밝힌다. 문제는 그렇게 불을 밝히고 있지만 정작 매출이 높지는 않다는 것이다. 집까지 오는 길에도 CU, GS25시, 세븐일레븐, 미니스톱 등 몇 개의 편의점을 지나치게 된다. 이렇다보니 초기 투자비용은 큰데 프렌차이즈 수수료, 인건비, 임대료를 제하고 나면 실질적 수입은 200만원선이라고 한다. 조금 더 수입을 올리기 위해서는 아르바이트생 대신 가족들이 편의점을 지키는 수밖에 없다.

비단 편의점뿐만이 아니다. 대부분의 자영업자들 처지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소위 골목상권이자 자영업자의 영역이었던 것들 대부분이 대형마트나 대기업의 문어발식 경영 확장으로 맥을 못 추고 있다. 평균수명은 길어지고, 아직 경제적 활동 능력이 있음에도 정년에 걸려 퇴직해야 하는 많은 사람들이 궁여지책으로 뛰어드는 자영업이 그들의 미래를 보장해주기란 어렵다.

새벽까지 졸음을 참아가며 불을 밝혀야 하는 삶, 휴일이라고는 없는 삶이 지금의 행복도, 미래의 행복도 보장해주지 못한다는 것은 가슴 아픈 일이다. 편의점의 환한 불빛이 '외로운 항해사'에게 표지가 되는 것처럼, 자영업자의 삶이 밖의 어둠처럼 일렁이지 않기를 바랄뿐이다.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