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해문화편집장
▲ 황해문화편집장

최근 새롭게 주목받는 경제용어 중 '스타트 업(start-up)'이란 것이 있다. 시작한지는 얼마 안 되었지만 혁신적 기술과 아이디어를 보유한 창업기업 또는 문화단체 등을 일컫는 말로,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기 전 단계란 점에서 벤처와 차이가 있다.

지난 2014년 '평화'라는 주제를 가지고 인천광역시 주최, 인천사람과문화, 시사인천이 주관한 행사로 제1회 인천평화창작가요제가 개최되었다. "노래로 만드는 평화의 물결, 한국을 대표할 평화의 노래를 찾는다"는 슬로건으로 시작된 이 가요제는 인천광역시가 총상금을 비롯해 제반 비용을 지원하였고, 평화를 표현하는 모든 내용, 장르 불문 창작곡이라면 누구나 응모가능한 음악축제였다. 제1회 가요제는 부족한 준비기간에도 불구하고 전국에서 총 177곡이 응모하였고, 6개월의 경연기간을 거쳐 선발된 팀은 인천아시안게임 폐막식에 출연해 인천이 꿈꾸는 평화의 내용을 아시아에 타전했다.

1회 대회의 성공적 개최로 순항이 예상되었던 평화창작가요제는 인천시의 지원중단이란 암초를 만나 존폐의 기로에 서게 되었다. 냉전적 이념의 잣대로 평화를 재단한 것도 큰 이유가 되었지만, 무엇보다 인천이 어째서 평화의 도시가 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시 정부의 이해 부족이 컸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고서야 인천상륙작전 같이 과거 전쟁의 한 장면은 대대적으로 재현하고 기념하면서 오늘의 평화가요제 지원을 삭감할 까닭이 없다. 2회 예산은 전액 삭감되었고 최소 1억 원 이상의 개최비용은 고스란히 주최 측이 부담했다.

1년을 건너뛰어 2016년에 다시 개최하는 동안 비슷한 주제의 행사가 서울에서 개최되기 시작했다. 한국에서 스타트업이 안 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인천은 천안함 사건, 연평도 포격 등 지금도 분단의 고통을 온몸으로 감당하는 한반도의 가장 아픈 상처이고, 북진통일이 대세이던 험난한 시절 평화통일을 주창한 죽산 조봉암의 고향이자, 분단의 상처를 치유하고 통일을 노래한 <그리운 금강산>의 고장이다. 인천이 평화를 꿈꾸지 못할 이유가 있는가? /황해문화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