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남동구 구월동 로데오광장에서 10년 째 닭갈비집을 운영하고 있는 박상기(40) 사장은 요즘 장사할 맛이 안 난다. 눈만 돌리면 '백'이라는 글자가 들어간 간판이 보이기 때문이다.

인기 요리사이자 방송인 백종원씨의 이름을 딴 음식점이 구월동에 본격적으로 진출한 지 2년. 철판닭갈비, 차돌박이, 커피전문점, 호프집에 이르기까지 백종원 브랜드에 속하지 않은 업종이 없을 정도다.

인천의 중심상권 중 한 곳인 로데오광장도 '백종원 열풍'을 피해가진 못했다. 로데오광장 중앙에서 보이는 매장만 4곳. 100m 근방까지 따지면 총 9곳이 성업 중이다.

1일 오후 가게에서 만난 박 사장은 "2년 전에는 월 2억원 정도 매출을 올렸다면 요즘은 1억1000만~1억2000만원까지 떨어졌다. 아마 비슷한 업종들은 매출이 30~50% 정도 줄었을 것"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관련기사 5면>

백종원 브랜드의 '유명세'와 '저가 공세'는 지역 상권을 압박하고 있다. 박 사장은 "몇몇 술집은 안주를 3500원까지 내렸는데도 백종원 매장에 당해내질 못하고 있다"며 "어떤 사장은 다른 지역까지 합해 백종원 매장을 14개나 가지고 있다더라. 나 혼자의 의견으로 달라질 것이야 없겠지만 주변 상인들도 백종원을 좋아할 수 없는 게 사실이다"라고 털어놨다.

인천일보는 8월16일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인천 10개 군·구에 등록된 일반·휴게음식점 현황을 조사했다. 그 결과 인천에 들어선 백종원 브랜드 매장은 총 92곳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인천의 중심상권이라 할 수 있는 구월동 로데오거리와 부평역 주변에는 각각 9개 매장이 들어서 있다.


/박진영·송유진 기자 erhist@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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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종원 브랜드 매장 92곳 … 인천 영세상인 '시름' 인천지역 일반·휴게음식점 현황을 분석한 결과, 백종원 매장의 증가세는 가파랐다. 특히 빽다방은 지난해 중심상권에서 시작해 이제 주요 아파트 단지 주변과 시장 입구까지 퍼져나갔다 상인들은 백종원 브랜드를 중저가, 유행, 인지도까지 삼박자가 만들어 낸 '공룡'으로 비유했다. ▲3년간 63곳 늘었다 인천지역 백종원 매장은 14개 브랜드에 총 92곳. 이 가운데 최근 3년간 늘어난 매장은 무려 63곳에 달한다. 지역별로 보면 상권이 발달한 남동구와 부평구가 각각 27곳, 21곳으로 가장 많았고, 연수구 14곳, 서구 12곳으로 뒤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