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이장군 후손' 카멘 남 불가리아 소피아국립대학 교수
▲ 불가리아에 사는 '남이 장군의 19대 후손'으로 북한 김책공업종합대학교 전 교수의 아들인 카멘 남(59) 국립 소피아 대학 교수가 29일 경기도청 브리핑룸에서 열린 기자회견장에서 탈북해 한국에 사는 이복 여동생을 만나 포옹하고 있다. /김철빈 기자 narodo@incheonilbo.com

카멘 남(Kamen Nam·59) 불가리아 소피아국립대학 교수는 29일 "모든 나라는 고요하고 평화롭게 살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남 교수는 이날 경기도청 브리핑룸에서 열린 공동인터뷰에 이복 여동생이자 탈북자인 남율주(가명·49)씨와 함께 참석해 한반도 평화와 관련 "평화는 누가, 어떻게 실천하고 진정으로 지킬 수 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우리는 자손을 위해 이것을 고려해야 한다"며 이 같이 말했다.

남경필 경기지사의 초청으로 한국을 찾은 카멘 남씨는 이날 입국 직후 인천 공항에서 이복 여동생인 율주씨를 처음 만났다.

이번이 첫 한국 방문인 남 교수는 1957년 11월 남승범 북한 김책공업종합대학교 전 교수와 불가리아인 어머니 예카테리나 소피아대 교수 사이에서 출생했다.

현재 소피아대 지리학 및 국가안보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동생 율주씨는 아버지가 북한에 귀국해 재혼한 뒤 낳은 2남 1녀 중 둘째 딸로, 1998년 5월 탈북해 2007년 5월 한국에 들어와 현재 서울에서 살고 있다.

남 교수는 "어린시절은 정말 힘들었다. 아버지가 불가리아에서 북한으로 추방돼 어머니와 저만 남았지만 그가 나의 아버지라는 것을 잊지 않고 있다"며 "나의 아버지는 한 분야의 전문가셨고, 학생들을 가르치셨다. 따라서 나의 공학적인 마인드나 소양들이 전혀 낯설지 않다. 아버지가 2년정도 나, 어머니와 함께 생활했고, 아버지는 아버지로서의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남이 장군의 19대 후손인 남 교수는 자신의 뿌리와 역사에 대한 관심도 남달랐다.

그는 이번 방한 기간 동안 화성시 비봉면 남전리에 있는 남이 장군의 묘를 참배할 예정이다.

불가리아에서 나고 자랐지만 한국의 남씨 성에 대한 자부심도 넘쳤다.

그는 "한국에 대해 쓰고 있는 책을 끝내는 것이 희망사항이다. 코리아파운데이션이나 여러 단체에서 저의 한국에 대한 관심을 지속적으로 서포트해주고 있다"며 "'남(南)'이라는 성(姓)의 역사에 대해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아버지께서 내게 '남'이라는 성을 줬고, 나는 이것에 대해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남 교수는 3년 전부터 이메일로만 소통해온 이복 여동생 남율주씨를 인천공항에서 상봉했다.

남율주씨는 "내가 불가리아로 가기에는 IS 테러나 여러 가지 이유로 겁이 났다. 오빠인 카멘 남 교수가 그동안 멋있게 버텨왔다고 생각해서 저도 힘이 된다. 이 자리가 역사속의 순간같다"면서 "북한에 있으면 못 만나는데 여기서 이렇게 만나게 됐다. 말이 안 통해도 그동안 함께 보내지 못한 시간을 아버지의 정을 생각하며 만날 것 같다"며 눈물을 흘렸다.

남율주씨는 그동안 아버지의 소식을 듣기 위해 불가리아에 있는 한국대사관 등에 확인을 했지만 오히려 오빠인 카멘 남 교수의 소식을 알게 돼 그동안 이메일로 연락을 할 수 있었다.

남 교수는 자신과 같이 분단의 아픔을 가지고 살아온 여동생과의 만남에 대해 "정말 떨린다는 말을 하고 싶다. 아마 이 순간을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행복 그 자체라고 말할 수 있다. 아마 한국에서 머무는 며칠동안 감사하다는 말을 계속 할 것"이라고 밝혔다.

남 교수는 30일 경기도청에서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지리학자서 본 불가리아 발칸 비경과 한국으로의 여정'이라는 주제로 강의에 나선다.

이어 DMZ·임진각·도라산전망대·판교테크노밸리·화성행궁 등을 둘러본 뒤 9월3일 불가리아로 돌아간다.


/최현호 기자 vadasz@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