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2번 갈라지는 '남북 홍해' … 살아있는 에코뮤지엄
▲ 화개산에서 바라본 강화군도의 모습. 저 멀리 석모도, 주문도, 볼음도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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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반도 유일의 평화해역
북과 가장 가까운 거리
한국전 이후 국지전 無

■ 민족성지 화개산 오르니
촘촘한 교동평야 장관
황해도가 손에 잡힐듯

■ 청정지역 볼음·주문도
생태·문화가치 뛰어나
친환경 농산품 등 각광


인천광역시 강화도와 북한과 맞닿은 교동도는 한반도의 대표적인 평화 해역이다. 최근 발생한 천안함 폭침과 연평해전 그리고 연평도 포격까지 서해5도서는 긴장의 바다 그 자체다.

하지만 북한과 가장 가까운 강화도와 교동도에서는 한국전쟁 정전협정 이후 단 한차례의 국지전도 총격 사건도 발생하지 않은 한반도 유일의 평화 해역이다. 통일과 평화의 바닷길이 열리는 곳이 바로 강화군도다.

2014년 교동도가 다리로 강화도와 연결되면서, 교동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으며, 석모도, 볼음도, 주문도, 아차도, 미법도 등 인근 섬에 대한 생태적 가치 또한 조명받고 있다. 강화군은 강화본도 권역, 석모권역, 교동권역, 서도권역으로 나뉠 수 있다.

이 중 강화도를 포함한 유인도는 모두 12개이며, 무인도는 20개다. 강화권역에는 연륙, 연도교된 유인도는 강화도·동검도·황산도 3개 있다. 그리고 교동도에는 상여바위라는 단 한 개의 무인도만 남아있다.

삼산면 석모도에 있는 유인도로는 옛날 무역선를 서쪽에서 검문했던 서검도와 미륵의 섬으로 알려진 미법도가 있다. 그리고 납도·괴리섬·기장섬(과거에는 유인도)·돌섬·죽도·대송도·소송도·동그란섬 등 8개의 무인도가 있다. 서도면에는 주문도·볼음도·아차도·말도 등 유인도가 4개 있으며, 응봉도·용알·용란도·은염도·분지도·석도·수섬·우도(군사구역상의 서해5도 중 하나)·함박도·부념도 등 강화군 중 가장 많은 10개의 무인도를 거느리고 있다.

고대 해양 왕국의 수도, 교동도


교동도는 둘레 37.5km, 면적 47.16㎢로 삼각주 형태를 띄고 있고,우리나라에서 14번째로 큰 섬이다. 교동도는 2014년 7월 개통한 연도교로 인해 가장 급격하게 변화를 겪고 있는 섬이다.

1970년대를 연상케하는 대륭시장과 마을은 마치 시간 여행을 하는 것처럼 흥미롭게 다가온다. 교동도는 선사시대부터 우리 선조들이 살았으며, 고대 해양 왕국을 세웠던 민족의 성지, 향교의 고장, 중국 무역의 전초기지였다.

고대 성곽의 흔적은 아직도 화개산(269m) 여기저기에서 발견되고 있지만, 현재는 등산로를 방해하는 돌뿌리로 전락해 방치되고 있어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현대에 들어 한국전쟁 이후 군사북계선인 휴전선으로 같은 문화권이었던 황해도 연백을 갈 수 없지만, 연백과 교동은 하루 두번 물이 빠질때면 서로 형제임을 증명하듯, 하나의 길로 열린다.

민족의 성지 화개산을 오르다

지난 4월29일 인천시, 남구, 남동구, 연수구, 서구, 옹진군 등에서 모인 40여명의 공무원들이 교동도를 찾았다. 이날 방문은 <해양환경도시재창조 공무원 직무교육> 체험 학습을 위해서다. 교동도를 한눈에 볼 수 있는 화개산에 올랐다. 동면사무소부터 정상까지 이어진 등산은 이곳에서 살며 (사)새우리누리평화운동을 이끌고 있는 김영애 대표가 동행했다.

같은날 오후 1시, 점심을 교동도 특산 젓국갈비로 배를 채운 교육생들이 교동면사무소에 모였다. 등산을 시작한지, 오래지 않아 조선시대 선조들이 즐겨 사용했다고 전해오는 돌 한증막을 마주할 수 있었다. 현재는 원형복원과 관광객들을 맞이할 정자를 세우며, 단장이 한창이었다.

정상까지 가는 동안 눈에 띄는 것은 바로 성곽의 흔적과 성곽에 사용된 돌 무더기다. 화개산 전체에서 발견되고 있다. 산을 오르다가 먼저 마주한 것은 바로 청동기시대의 성혈(星穴)바위다. 성혈(바위구멍그림)이 새겨진 바위는 청동기시대 이후의 유적이다.

하늘에 별자리, 풍요와 다산, 장수, 태양 또는 자연숭배, 마을 제단 등 민간 신앙의 일종으로 바위구멍을 통한 주술적 행위의 흔적으로 볼수 있다는 것이 김영애 대표의 설명이다.

이와함께 주로 한반도 남부지방에서만 발견됐던 청동기시대의 암각화가 정상에서도 발견돼 학계의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섬에서 발견된 것은 거의 처음이라는 설명이다.

정상에 오르니 석모도·주문도·볼음도·기장도·아차도·서검도·미법도·말도·함박도 등 30여개의 강화군도가 한 눈에 들어온다. 정상에서 바라본 북녘 땅 황해도 연백군 모습을 손에 잡힐 듯 관찰할 수 있다.

교동도와 황해도 연백군은 불과 3㎞도 채 떨어지지 않는 곳이다. 개풍군과는 8.5㎞이다. 특히 황해도 연백평야와는 간조시 갯벌이 드러나 서로 연결되는 곳이다. 민족 통일의 바닷길이 하루 열리는 곳이 바로 교동도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분단의 아픈 현실 앞에 교동도 해안선 35.9㎞ 중 60%이상 정도의 해안선에 철조망이 둘러쳐 통일을 기다리는 바닷길을 가로 막고 있다.

또 하나의 장관은 교동평야와 거미줄처럼 촘촘한 농수로의 모습이다. 교동 평야는 중세부터 시작된 우리나라 매립의 역사와 그 맥을 같이한다. 인천시역사자료관에 따르면 현재의 교동도는 하나의 섬으로 이뤄진 큰 도서이지만, 조선시대 이전까지는 화개산, 율두산, 수정산을 중심으로 6개 이상의 섬으로 이뤄진 군도였다.

교동도를 포함해 강화 지역의 간척 사업은 몽골의 침입으로 인해 1232년(원종 11년)에 일어난 고려왕조의 강화도 천도가 그 직접적 계기가 됐다. 천도 당시 강화로 이주한 것은 고려 왕실 뿐 아니라 개경의 귀족을 비롯해 관료들, 그리고 이들의 가족, 개경 주변 연백, 해주, 파주 등에서 피난을 온 난민 수가 십 만명 이상에 달했던 것으로 문헌에 나오고 있다.

이렇 듯 교동도의 농경지는 모두 갯벌을 매립해 조성된 것이다. 과거 교동도는 교통과 군사적 요충지였다. 40여년간의 강화 본도에서의 대몽항쟁을 간접적으로 지원해준 왕도 사수의 교두보 역할을 담당했던 것이다.

고립된 섬 특성상 식량의 자급자족과 더불어 강화 본도의 식량 지원이 필요했을 것이다. 고려 선조들은 갯벌을 매립, 개간에 들어갔고 식량 확보에 나선 것으로 주민들은 보고 있다.

교동도에 자리한 국보급 지정 문화재는 ▲연산군적거지(교동면 읍내리, 향토유적 28호) ▲교동봉수대(고구리, 향토유적 29호) ▲고구리 산정지(고구리, 향토유적 30호) ▲교동향교(읍내리, 유형문화재 28호) ▲교동읍성(읍내리, 시지정 기념물 23호)이다.

단, 이들 문화재들은 국가지정문화재가 아닌 향토, 또는 인천시 지정 문화재로 저평가된 것도 문제다.
하루 빨리 우리 고대사와 중세사를 모두 관통하고 있는 역사의 섬 교동도에 대한 학술적 조사와 복원 작업이 진행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에코뮤지엄, 볼음도·주문도
▲ 지난 5월27일 시간이 멈춘 듯한 교동도 대룡시장을 '재5기 해양환경도시 재창조'공무원직무교육 참자자들이 방문한 모습.

경기만의 많은 중에 생태적, 문화적 관광 가치가 가장 뛰어나지만, 반면 가장 낙후된 섬은 바로 주문도와 볼음도 같다.

가장 청정 서식하는 조개류 백합과 천연기념물 저어새의 서식지가 바로 볼음도와 주문도 갯벌이기 때문이다.

문화적으로도 많은 전설과 자연사박물관을 연상시킬 만큼 뛰어난 자연 생태계가 있어 생태관광코스 발굴과 행정적 지원, 숙박, 편의 시설 설치 등이 이뤄지면 경쟁력있는 에코뮤지엄의 적지로 떠오를 가능성이 큰 섬이다. 주문도는 해안선 13㎞로 둘러싸인 작은 농어촌 마을이다.


인구가 300명이 채 되지 않는다. 연평도 등 다른 다른 인천 도서에서도 임경업 장군의 흔적을 찾을 수 있는데, 주문도(注文島)와 볼음도(乶音島)도 역시 임경업 장군과 인연이 있다는 설이 있다.

임경업 장군이 명나라에 원병 수신사로 출국했는데, 폭풍으로 발이 묶이자 당시 왕이었던 인조에게 이 사실을 문서로 주달했다고 해서 아뢸주(奏)자를 써서 주문도(奏文島)로 쓰였다가, 세월이 흘러가면서 현재의 주문도(注文島)가 됐다는 설이다.


볼음도(乶音島)역시 풍랑에 발이 묶인 임경업 장군이 당시, 볼음도에서 둥근달을 보았다고 해서 발음 그대로 볼음도라 칭하게 됐다고 한다.

재미있는 것은 볼자의 생성 과정이다. 한자에는 '볼'자 없어 보(甫)자 밑에 'ㄹ'의 생김새인 '乙'을 붙여 '볼(乶)'자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주문도 처녀바위에서 내려오는 전설도 이야기가 된다. 주문도 주문도리 남쪽에 분지도라는 무인도가 있다. 생김새로는 도저히 처녀바위가 형상화되지 않는다. 볼음도에는 천연기념물 304호인 은행나무 한 그루가 그 위용을 자랑하며 수려하게 서 있다. 이 은행나무의 수령은 900년에 가깝다. 높이만 30m, 둘레만 해도 9.8m가 넘는다.

볼음도의 자랑은 드 넓은 갯벌이다. 그 대표적인 장소가 바로 조개골 해수욕장이다.

미세한 백사장이 특징이며, 길이가 2km에 이르고 여름철이면 피서객이 가장 많이 찾는 해변이기도 하다.

조개골해수욕장은 모래톱이 발달했기 때문에 물이 깨끗하고 수심이 완만해 가족들이 즐기기에 알맞고 간조시에 들어나는 갯벌에 들어가 동죽, 조개, 칠게를 잡는 재ㄴ미도 느낄 수 있다. 또 볼음도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친환경농업이다.

주민들은 저어새생태마을 조성 사업과 친환경농업을 접목시킬 경우 친환경 관광단지로서의 시너지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볼음도는 10년 전부터 우렁이를 이용한 친환경 농법으로 벼농사를 짓고 있다. 우렁이는 잡초와 해충을 잡아 먹는다.

또 화학비료도 일절 쓰지 않는다. 볼음도 쌀은 이미 친환경 농산품으로 소비자들로 부터 각광을 받고 있다. 친환경 농업과 저어새생태마을을 이용한다면 관광객들에게 보다 많은 볼거리와 상품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주민들은 판단하고 있다. 주문도의 대빈창 해수욕장과 뒷장술 해수욕장도 관광객들에게 큰 인기를 끌며, 주민들은 생태관광지 발굴에 나서고 있다.


/글·사진=노형래 환경저널리스트·글로벌에코투어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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