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입문서 北땅 보여 불안 산 뒤 은폐 "인·허가 복잡"
북한군의 대남방송이 아침부터 작은 시골마을을 뒤덮었다.
"정말 가깝죠?"
철책선 너머 북한 땅을 바라보던 주민 A(62) 씨가 말문을 열었다.
"코앞에 적이 있는데, 이런 장소에 주민대피소라니요."
그랬다.
A 씨 말처럼 북한군 공격 때 주민들이 몸을 피해 들어가는 주 출입문도 북쪽으로 나 있었다.
"포탄이 날아오면 끝장이에요."
29일 오전 10시. 인천 강화군 송해면 당산리 주민대피소에서 만난 주민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강화군은 사업비 6억4000만 원을 들여 이달 당산리에 주민 204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피소를 지었다.
문제는 위치다.
주민대피소는 현재 북한을 마주보는 도로변에 있다. 대피소 출입문 앞에서 북한 땅이 보일 정도로 가깝다. 해당 관청은 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관련기사 3면>
주민대피시설 설치 승인권한이 있는 인천시 관계자는 "실제 상황에서는 방폭문이 외부 공격을 막는다"며 "주 출입문이나 비상 출입문은 북쪽을 향했어도 공격을 막는 문이 남쪽 방향이라 적 공격에 대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강화군 관계자도 "북한에서 보이지 않는 장소에 만들면 좋지만 땅 매입과 인·허가 문제가 복잡해 부지 선정이 쉽지 않았다"며 "혹시 모를 공격에는 견딜 수 있는 구조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주민들과 전문가 생각은 전혀 다르다.
주민 B(57) 씨는 "바로 뒤에 산이 있다. 얼마든지 은폐된 장소에 만들 수 있지 않느냐"라며 "연평도 포격 도발 때를 생각하면 우리 지역도 절대 안심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일우 (사)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도 "만약 북한군 지역에 직사화기가 배치돼 있다면 이 곳처럼 마주보고 있는 주민대피소는 위험하다"며 "주민들이 대피할 때 주 출입문을 열어놔야 하는데, 이 순간에 공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황신섭·김원진 기자 hss@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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