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관 한국문화콘텐츠거래소 대표이사
▲ 김용관 한국문화콘텐츠거래소 대표이사

지금부터 24년전인 1992년 8월24일 한중 수교가 이뤄졌다. 당시는 오랜 냉전으로 찬바람이 가시지 않은 시점이었다. 그렇기에 양국은 그 짧고도 긴 24년의 세월 동안 숱한 부조화와 적대적인 관계 속에서 애증의 관계를 이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한국의 최대 무역국으로, 수출 상대국으로 오늘에 이르렀다. 경제통상 분야는 그야말로 비약적인 발전을 달성했다. 지난해 기준 한중 무역량은 2274억 달러로 1992년 수교 당시 양국의 무역량인 63억 달러 대비 무려 36배가 증가했다. 이는 한국 전체 무역량의 25%에 달한다.

아울러 정치외교분야는 물론 사회문화분야에서도 괄목할 만한 교류가 이어져 왔다. 특히 문화콘텐츠산업 분야에 대한 한중간 협력은 남달랐다고 할 수 있다. '대장금'을 필두로 '별 그대'와 '태후'로 이어진 방송드라마와 예능프로그램, K-POP으로 대변되는 엔터테인먼트 등 그야말로 한류콘텐츠가 맹위를 떨치고 세계로 나아가는 과정에 중국 또한 예외가 아니었다.

특히 1990년대 인터넷 기반의 IT산업이 등장하면서 이와 접목된 새로운 개념의 문화산업 또는 콘텐츠라는 용어가 등장했다. 그 중 한국의 대표적인 상품이 온라인게임과 e-Sports였다. 당시나 지금이나 게임은 영화, 드라마, 공연 등을 포함한 우리나라 문화콘텐츠산업 수출총액의 거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효자 수출품목이었다. 그 중에서도 전 세계 게임수출액의 절반가량을 중국에서 벌어들였으니 그야말로 중국은 우리나라 게임수출은 물론 문화콘텐츠산업의 수출성장에 지대한 버팀목이 되어준 소중한 시장이었던 것이다.

지난 2000년 전후, 중국 문화시장의 화두 중 하나가 온라인게임에 이어 흥행몰이 한 e-Sports였으며, 이 또한 우리나라가 맹위를 떨치며 또 다른 한류 열풍을 만들어 갔다고도 할 수 있다. 당시에 필자는 문화부 게임관련부서에 근무 중이었기에 현상을 잘 파악하고 있었다. 중국의 문화부와 국가신문출판총서 등에서는 온라인게임산업의 진흥과 규제방안, e-Sports 산업 활성화를 위한 한중 전시회 및 세미나 등을 공동 개최하는 등 자국의 게임문화산업을 진흥코자 우리 정부와 적극적인 교류와 협력을 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러면 우리나라 수출시장의 큰 몫을 담당한 중국 문화콘텐츠산업의 비약적인 성장을 가늠케 하는 단적인 예를 살펴보고자 한다. 특히 IT를 기반으로 산업화를 가져다 준 인터넷과 게임산업의 중국 내 추이를 살펴보면 중국 콘텐츠시장의 성장세를 한눈에 볼 수 있다. 2000년 중국의 인터넷 사용자는 2250만명이었으며, 온라인게임 이용자는 13%정도 추정되는 약 300만명 정도에 불과했다. 이후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여 2007년도에는 약 8000만명의 인터넷 이용자로 증가하고, 이 중 온라인게임 이용자는 30% 정도로 약 4180만명으로 크게 늘어났다,

그럼 현재 현황은 어떠할까. 지난 8월 공식 발표된 중국의 인터넷 가입자수는 미국 인구보다 곱절이나 많은 무려 7억1000만명이며, 이 중 게임 이용자는 4억8900만명에 이른다. 아울러 예전과 다르게 약 92.5%가 모바일폰을 통해 인터넷에 접속한다. 모바일 시장의 크기를 가늠하게 하는 수치이기도 하다.

이런 통계를 굳이 언급하고자 하는 것은 중국시장이 20%대의 고속성장과 아울러 폭발적인 팽창 속에서 한중간에 함께 이루어온 문화콘텐츠산업 분야의 협력과 동반자적인 관계의 중요성을 알았으면 하는 심정 때문이다. 아울러 향후에도 중국과는 여전히 경제-정치-사회-문화-외교안보 등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로 존재할 것이란 점이다. 수교 후 싸늘한 냉전상황과 높디높은 불신의 늪에서 한중간의 교류협력의 물꼬를 트게 한 것은 역사적으로 누적된 양국의 감성적인 교감과 문화적인 친화력을 바탕으로 한 양국의 문화산업의 교류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간 한중 24년 수교기간 중에 불가피한 국가적 특성과 그 이면의 다양하고 복잡한 갈등 요인, 특히 최근 북한의 핵 문제와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 배치논란 등 주변국가간의 첨예한 이해관계에도 불구하고 한중간의 우호관계 특히 문화콘텐츠산업 분야의 협력과 교류는 지속돼야 한다는 것이다.

사드 배치문제로 문화콘텐츠산업에 대한 국가간의 교류와 시장진입을 막고 보복이란 용어가 등장하는 것은 어딘가 석연치 않고 어색해 보인다. 지난해 한중 FTA 체결로 양국간의 교류활성화 기반이 마련됐고, 더욱이 중국은 문화콘텐츠시장 규모가 세계 3위인 문화대국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정치-안보사유로 공격용 무기도 아닌 문화콘텐츠산업을 주요 제재 타깃으로 삼는다는 것은 혹여 문화열세를 만회코자 한다는 오해를 살 수도 있다. 제발 업계의 한 사람으로서 바라건대, 오는 9월 항주에서 개최되는 G20정상회의에서 한중간의 문화콘텐츠산업이 다시 꽃피우는 계기가 마련되길 간절히 기대한다. /김용관 한국문화콘텐츠거래소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