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성룡·명성왕후 등 500년 명문가 상차림 소개 ...손님대접 정신까지 엿봐
▲ <요리책 쓰는 선비, 술 빚는 사대부>
김봉규 지음
담앤북스
368쪽, 1만7000원

'뼈대 있는' 집안이라면 요리에, 특히 술에 관한 노하우를 하나 쯤은 갖고 있는 법이다. 종가의 내림음식에는 언제나 스토리와 오랜 전통이 담겨 있다. 혼자서만 잘 먹고 잘살지 않겠다는 명문가의 정신,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까지도 발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백일헌 종택의 국말이는 제사를 지낸 후 그 음식을 함께 나눠 먹는 데서 유래했다.

윤순중 종부는 "시집을 온 후 가장 많이 한 일이 제사를 지내고 국말이를 만들어 낸 것"이라고 털어놓는다.

종부는 이 국말이가 일제 치하에서도 장군 집안의 전통을 유지하게 해 주고, 한국전쟁이 일어났을 때도 지주 집안임에도 한 사람도 다치지 않게 해 주었다.

<요리책 쓰는 선비, 술 빚는 사대부>(담앤북스·368쪽)는 부제처럼 '500년 전통 명문가의 집밥·집술 이야기를 하고 있는 책이다. 이 책은 우리나라 종가 43곳의 상차림을 살펴보며 그 집안의 인물과 정신을 이야기한다.

류성룡의 제사상에 오르는 달달한 약과인 '중개', 공주님이 시집와 만든 종가 음식인 '동곳떡', 명성왕후 가문에서 대대로 딸에게 전수하는 술 '왕주', 노인과 여자, 어린아이가 마시던 술 '이화주' 등 전국 방방곡곡의 상차림을 보여준다.

조선시대부터 이어 온 밥상, 다과상, 술상, 제사상, 손님상 등을 다양하게 소개하고 있어 우리 조상님들의 손님 대접, 사람대접 정신까지 엿볼 수 있다. 500년 전통 명문가가 지키려는 가치가 무엇인지를 상차림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종가와 관련한 역사적 인물을 통해 뜻밖의 미시사를 접할 수 있다는 점도 눈에 띈다.

윤선도, 류성룡을 비롯해 명성왕후, 녹두장군 전봉준, 독립운동가 안희제와 관련된 내림음식, 내림술 비화가 있고 음식으로 알아보는 선비 정신, 명문가의 정신으로 알아보는 음식 이야기가 한데 어우러져 읽는 재미를 준다.

종가 문화를 지키는 건 종손뿐이 아니어서 딸에서 아들에게, 아들에서 딸에게로, 딸에서 다시 딸에게로 전통은 다양한 갈래로 이어지고 있다. 김봉규 지음, 1만7000원


/김진국 기자 freebird@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