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도시 우뚝 … 한중 해저터널 초고속열차 씽씽 … 노후 걱정 뚝 … '경단녀'는 옛말

2050년의 어느 따뜻한 날. 김인천(50)씨는 인천 자택에서 중국 웨이하이(威海)로 출근하고 있었다. 김씨는 '한중해저터널'을 통해 시속 600㎞로 달리는 초고속열차 '하이퍼루프(진공튜브형)'에 몸을 실고 인천과 웨이하이를 불과 40분 만에 주파했다.

양 도시는 지난 2015년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지방경제협력시범구로 지정되고, 30여 년간 한중 경제통합의 핵심기지로 발전하면서 해저터널 건설까지 이뤄냈다. 엄청난 속도로 달려가는 열차 내부는 의외로 고요했다. 김씨는 A4용지 절반 크기의 얇은 접이식 컴퓨터를 들고 '인천일보 웨이하이판'을 읽기 시작했다.

김씨는 지난 2030년부터 경제자유구역의 한 외국인 투자기업 본사에서 근무했다. 경제자유구역 개발이 완료되고 한중 경제통합이 대두되자 양 도시의 규모가 급속도로 커지기 시작한 시점이었다.

김씨는 고향 인천에서 기회를 잡기로 했다. 인천은 이제 외국인 투자기업 본사와 지사만 300여개 이상 자리잡고 있는 글로벌 도시로 성장했다. 인구는 서울에 이어 전국 2위인 350만명에 달한다.

그의 노후는 어떨까. 김씨는 자신이 살고 있는 신포동에 위치한 평생학습센터에서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취미인 해양 스포츠를 살려 서핑보드숍을 열 계획이다. 가게 자리는 이미 봐뒀다. 영종도 남쪽에 띄워진 해양 레포츠 '인공섬' 해변에 괜찮은 곳이 있었다.

그는 주말마다 평생학습관에서 서핑보드 수리 기술을 익히는 중이다. 개항창조도시 개발과 해안선 철책 철거, 마리나 단지 개발이 완료된 뒤 인천 앞바다는 수도권의 대표적인 해양 레저 산업지역으로 변모했다.

평생학습센터에서도 지역 특성을 살려 바다에 관한 강좌를 다양하게 열고 있었다. 레포츠뿐만 아니라 남북 협력 시기를 맞이해 '서해5도 귀어' 강좌도 인기를 끌고 있다.

가족들은 모두 인천에 있다. 살기 좋은 도시라서 굳이 떠날 필요가 없었다. 김씨의 딸은 최근 출산을 마치고 다시 일터로 돌아갔다. '경단녀(경력단절여성)'는 이제 옛말이 됐다. 전체 고용률은 75%, 여성 고용률은 70%에 육박하고 있다. 손자는 국공립보육시설에 다닌다. 아이 10명 중 5명을 국공립보육시설이 맡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아들은 송도에서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를 타고 서울로 출퇴근하고 있다. 이번 주말에는 오랜만에 가족이 모여 국가정원으로 지정된 소래습지생태공원부터 'S자' 녹지축을 따라 나들이를 갈 생각이다.

인천발전연 '인천 비전 2050' 계획
교통·주택·환경 등 가이드라인 役
시, 5년마다 수정·전문가포럼 검토


▲2016년 인천, 2050년을 꿈꾸다

'김인천씨의 삶'은 인천이 꿈꾸는 2050년이다. 인천시는 인천발전연구원을 통해 '인천 비전 2050' 계획을 만들었다. 지금까지 가안 공개와 함께 시민토론회가 진행됐고 올해 안으로 확정될 예정이다.

이 계획을 한 마디로 말하면 인천의 미래를 그리기 위한 초석이라 할 수 있다. 지난 1998년 시가 발표했던 '2020 인천드림'과 유사한 형태다. 당시 계획은 인천의 중장기 발전 방향을 담고 있는 시정의 이정표였다. 경제자유구역의 발전, 공업도시 탈피 등은 모두 이 계획에 따른 것이었다.

2050 계획도 마찬가지다. 향후 30년을 전망하고 인천을 추락하는 도시가 아닌 떠오르는 글로벌 도시로 키우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2050 계획이 제시하는 핵심 비전은 '시민이 창조하는 건강한 세계도시 인천', 3대 미래 가치는 인본(Human), 역동(Dynamic), 청정(Green)이다. 이를 위한 목표로는 활기찬 공동체 도시, 글로벌 거점도시, 해양 문명도시, 건강한 녹색도시 등 4가지가 제시됐다.

가고 싶고 살고 싶은 인천

인천의 미래 모습은 어떨까. 교통 분야에서 가장 눈에 띄는 계획은 단연 '한중해저터널'이다.

반도 형태로 인천을 향하고 있는 산둥(山東)성 웨이하이시와 연결되는 시설이다. 터널을 정점으로 중국과의 교통은 원활하게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인천국제공항에서 항공편으로 중국에 도착한 뒤 중국횡단철도(TCR)와 몽골횡단철도(TMGR), 만주횡단철도(TMR)를 바로 탑승하는 체계를 갖추고, 장기적으로는 남북한연결철도(TKR)와 인천을 잇는 계획이 그려진다. 인천 대순환선, 영종·송도 내부순환선, 김포연결선, 인천 2호선 시흥 연장 철도, GTX를 비롯해 영종-강화-개성·해주 연결도로와 제3경인고속도로 건설도 예정돼 있다.

인천공항 여객수요는 2014년 기준 4129만명에서 2050년 1억명으로, 경제자유구역 외투기업 수는 73개에서 300개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회의는 지난해 기준 17건에서 300건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시는 또 서민을 위한 공공임대주택 비율은 전체의 5%에서 15%로, 평생교육참여율은 24.3%에서 75%로 각각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환경 측면에서는 공원면적 7.13㎡에서 20㎡로, 미세먼지 농도 PM10 기준 46PPM에서 20PPM까지 개선시킨다는 예정이다.

'일류도시'로 나아가야

인천은 아직 일류도시라고 하기엔 부족한 점이 많다.

영국의 시사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의 계열사인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의 지난 2012년 세계 각국 도시에 대한 분석에 따르면 인천의 경제적 역량은 경제적 역량, 물적자본, 금융성숙도, 제도 효율성, 사회문화, 인적자본, 환경자연재해, 글로벌매력 등 다양한 분야에서 40~70위권에 머물고 있다. 종합 순위도 56위에 불과하다.

국내 최대 도시인 서울은 20위였다.

시는 2050 계획을 환경·도시계획·문화·관광·교통·물류·복지·경제 등 다양한 분야에 걸친 중장기 계획의 가이드라인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시정이 나아갈 바를 가리키는 기본 방향이라 할 수 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인천을 중심으로 김포·부천·시흥 등 주변도시와 협력체계를 갖추고, 중국과 일본 등 주변국가 주요 도시와의 네트워크를 선도할 예정이다. 분야별 세부계획도 수립된다.

시는 5년마다 2050 계획을 수정하고 분야별 전문가와 시민사회가 함께하는 '인천 미래포럼'을 운용하는 내용의 '미래지향적 비전과 전략수립에 관한 조례'를 만드는 방향도 검토하고 있다.


/박진영 기자 erhist@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