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국 논설실장
예술이 경제학의 범주로 들어오기 시작한 때는 1960년대 중반 부터이다.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가 <문화소비자>(The Culture Consumers)를 펴내면서 '문화경제학'(culture economics)란 단어가 학술용어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그는 대중들이 문화를 소비하는 현상을 보며 문화를 하나의 경제현상으로 파악. '문화소비'의 개념을 생각해 냈다.

문화경제학은 그러나 이미 19세기 후반 등장한 개념이었다. 19세기 후반 러스킨(John Ruskin, 1819~1900)과 모리스(William Morris, 1834~1896)는 "문화예술의 창조적 작업과 그 결과물인 작품을 경제학에서 다루지 않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예술을 단순히 정신적 유희로 보지 않고 경제적의 관점에서 바라본 시각이었다. 이전까지 예술은 그저 고급 향유자들을 위한 고상한 분야로 인식됐던 게 사실이었다. 예술에 대한 경제적 가치를 소홀히 인식했다는 얘기다.

현대 사회에서 예술활동은 많은 부분, '경제적 이익'과 직결된다. 많은 연출자들이 '대박'을 터뜨리기 위해 뮤지컬을 제작하고 있으며, 영화는 블록버스터로 기록되기 위해 기존에 흥행됐던 영화의 문법을 따라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이같은 상업영화를 견제하기 위해 '예술영화의 중흥'을 부르짖으며 개최되는 이벤트가 '칸영화제'와 같은 것들이다. 하지만 칸영화제조차 '필름마켓'을 통해 전세계의 영화를 유통하고 있으므로 비상업적 영화제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최근 들어선 예술 중에서도 비인기 분야라 할 수 있는 연극과 국악조차도 상업성을 염두에 두고 작품을 제작한다. '난타'처럼 연극에 '넌버벌 퍼포먼스'라는 장르를 새롭게 개척하거나, '舞風'(무풍)같이 농악에 한국무용이나 재담 등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요소를 삽입해 '퓨전'의 모습으로 관객들을 만나는 것이 좋은 예이다.
상업예술이 판치다보니 비인기종목이 설 자리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그런 이유로 인기는 많지 않으나 예술적 가치가 있거나 보존해야 하는 것들은 '국립'이나 '시립'이란 이름으로 운영된다. 창을 하는 '국립창극단'이 그렇고 '인천시립예술단'이 그렇다.

인천시립예술단의 경우 교향악단, 합창단, 극단, 무용단 등 모두 네 개가 운영되고 있다. 하나같이 동서양의 전통적인 예술장르에 속하는 것들이다. 굳이 이 전통적인 4개의 예술장르를 시립예술단으로 운영하고 있는 것은 가치 있는 예술장르지만 관의 지원 없이는 자발적 운영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에서였을 것이다.
그런데 이 4개의 예술단 가운데 3개가 제 역할을 못 하고 있어 지역사회에서 비판의 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년, 이직, 폭행사건 등 이유는 제각기 다르지만 3개 예술단 모두 감독이 공석인 상태다. 선장이 없으면 배가 산으로 갈 공산이 크다. 예술적 개성과 고집이 강한 예술인들의 경우 그럴 가능성은 배가된다. 결과적으로 피해를 보는 것은 예술단 운영비를 내고 있는 인천시민들이다.

예산이 적절하게 책정된 상태에서 좋은 예술작품은 구성원들의 열정과 연습에 비례한다. 수장을 중심으로 단원들이 좋은 작품을 위해 고민하고 연습해도 부족할 터인데 3개 시립예술단 수장의 자리가 공석이 된지 수개월이 지나도록 적임자를 찾지 못한 채 '붕' 떠 있는 상태를 지속하고 있는 것이다.
'인천무형문화재전수교육관' 역시 마찬가지다. 무형문화재는 정말 국가나 지자체가 지원, 보호하지 않으면 맥이 끊길 가능성이 높은 소중한 우리문화재를 지정하는 제도다. 이때문에 수백억 원을 들여 무형문화재들의 터전까지 만들어 놓았는데 수개월이 지나도록 관장도 없이 운영하는 바람에 무형문화재들의 불만이 점점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 곳에선 공연장 시설문제, 무대 전문가 부재의 문제에서부터 입주한 무형문화재들의 일부 경비의 자부담문제에 이르기까지 크고 작은 현안들이 터져나오고 있다. 역시 피해를 보는 사람들은 무형문화재를 위해 세금을 내는 인천시민들일 수밖에 없다.

인천시는 이같은 문제의 해결을 위해 좀 더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오랫동안 공석으로 남겨두는 속내는 잘 모르겠지만 "적임자가 없다"는건 말이 안 된다. '말이 마굿간을 뛰쳐나가면 망아지가 더 잘 한다'고 차석들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고, 전국공모를 하면 분명히 몇 배수로 문을 두드릴 것이다. 혹시 "예산이 없어서"라고 말한다면 아예 운영을 포기하는 편이 낫다. 외국에서도 자신들의 전통예술에 대해선 정부의 지원이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문화예술을 일종의 '장식품' 정도로 생각하거나 '남들이 다 하니까'라고 생각하면 그 또한 잘못된 것이다. 예술은 아름다우며, 때론 피곤한 영혼을 위무하여 삶을 살아갈 용기를 주고 즐거움을 주는, 그리하여 인간의 삶을 더 유의미하게 만들어주는 '정신적 비타민'과도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인천시립예술단도, 인천무형문화재전수교육관도 하루빨리 수장을 찾는 것과 함께 '전문예술경영'의 개념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