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국 논설실장
우리의 설날은 아직 한 달 정도 남았지만 새해 첫 날 떡국을 먹으면 50대에 접어든다. 마음은 아직 20대이건만 벌써 쉰 살이라니.
어쩌면 인생은 '4계절'과도 같다. '100세 수명시대'를 가정할 때 20~30대는 파릇파릇한 봄이고, 40~50대는 만물의 활동이 왕성한 여름이다. 60~70대는 결실을 맺고 원숙해지는 가을이요, 80~90대는 죽음을 준비하는 겨울이다.

물론 사람마다 다소간의 차이는 있을 것이다. 어떤 사람은 20대 중반부터 25년씩을 끊어 인생을 논하기도 한다. 25세 때 일을 시작해 50대에 새로운 삶에 도전하고, 75세 때 다시 새로운 것을 하고 싶다는 얘기를 들은 기억이 난다.
어려선 빨리 나이를 먹고 싶어 하지만, 나이 들어선 그 반대로 변하는 것이 평범한 사람의 심리이다. 또 '9988234'(99세까지 팔팔하게 살다가 2, 3일 안에 죽는)의 생을 살고 싶기도 할 것이다.
나이 한 살을 더 먹고 나니 행복감과 불안감이 동시에 밀려온다. 한 살을 더 먹은 만큼 '성숙'해질 것이라는 기대가 좋은 기분이고, 나이값을 해야 한다는 '두려움'이 대척점에 있는 감정이다.
인간은 애초부터 불완전한 존재이다. 그렇지만 교육과 경험을 통해 지식과 지혜를 얻으며 불완전한 부분을 조금씩 떨어내고 점점 원숙해져 간다. 원석을 떼어내 쪼고 다듬어 윤기 나는 옥석을 만들듯이. 그러므로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기뻐해야 할 일인 셈이다.

반면 주변의 모든 것에 대한 책임은 더욱 커져만 간다. 가족, 직장, 사회, 국가에 대한, 나아가 전세계의 안녕에 이르기까지 눈덩이처럼 커지는 책임감은 차라리 두려움으로 다가온다. 어렸을 때 어른들이 "너희 때가 가장 좋은 때다"라는 알쏭달쏭한 말의 뜻을 마침내 깨우치게 되는 것이다.

어르신들에게 대단히 죄송한 말이지만, 나이를 먹으면 궁금한 게 없어질 줄 알았다. '나는 누구일까', '나는 어디서 왔을까', '신은 정말로 존재하는가', '인간의 운명은 정해진 것인가', '세상은 왜 불공평한가' 등등…. 나이 50이면 '하늘의 뜻을 아는' 지천명(知天命)이라고 했건만 기자는 여전히 세상의 많은 부분이 궁금하다. 다만 까불지 말고 겸손하며, 정직하고 성실하게 사는 것이 사람이 살아가는 도리라는 정도만 체험으로 알고 있을 뿐이다. 그렇지만 사람인지라 그 조차도 제대로 지키고 사는 지에 대해선 조금 생각해 봐야 한다.
이런 저런 상념과 기대 속에 2015년 을미년의 태양이 하늘 높이 떠올랐다. 새해가 열리면 늘 그렇듯이 두세 개의 다짐을 하고 포켓용 수첩에 메모를 해 두었다. 2014년 마지막 지는 해를 향한 감사와, 2015년 첫 날 뜨는 해를 향한 부탁의 기도도 잊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 연말이 되면 상당 부분 지켜지지 않았음을 반성하며, 새로운 새해를 기다리고 있을 지도 모를 일이다. 늘 그래왔으니까.
나비의 날갯짓이 토네이도를 일으킨다고 미국의 기상학자 에드워드 로렌츠(Lorentz, E.)는 말했다. 마찬가지로 사람을 변화시키는 것은 '작은 습관'이라고 한다. '5분 일찍 일어나기', '담배 1가치 줄이기' 처럼 큰결심이 아닌 작은 습관이 나중에 큰 변화로 이어진다는 말이다. 청양의 해인 2015년은 큰 계획을 세우기보다 작은 습관부터 바꿔볼 생각이다. 기자는 독자들과 소통할 때 가장 큰 행복을 느낀다. 인천일보를 봐 주시고, 사랑해 주시는 독자여러분께 새해 '세배'를 올리며, 건강과 행복을 기원한다.